১৪৮. প্রথম স্থান (মাসিক ভোটের আবেদন)
다시 메성공을 보았을 때, 서원좌는 하마터면 그를 알아보지 못할 뻔했다.
비록 여전히 몰락한 선비의 씁쓸한 얼굴빛을 띠고 있었으나, 든든히 먹고 난 뒤라 정신 상태는 훨씬 좋아졌다. 특히 놀라운 것은 예전의 그 콧대 높던 오만이 어찌 된 일인지 말끔히 깎여 나간 점이었다.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데 능통한 서원좌는 자신의 재능을 믿고 오만해지는 것이 인간의 가장 흔한 병폐이자 가장 고치기 힘든 병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보기에는 메성공이 이번의 큰 타격을 입고도 낙담하기는커녕 오히려 마음을 다잡은 모양이었다.
반면 메성공은 서원좌를 대단히 두렵고 공경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치묘가 말하던 ‘도련님’을 서원좌로 오해하고 있었다. 생각할수록 어린 심부름꾼 아이에게까지 깊은 학식을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학식은 과연 얼마나 깊고 넓을 것인가? 특히 지난 이틀 동안 《유학초기》를 필사하면서, 만 권의 책을 읽은 통달한 이가 아니고서는 이런 책을 엮어낼 수 없음을 깊이 실감했던 터였다.
이토록 거대한 학문적 거목 앞에서 감히 자신이 ‘선비’라고 칭할 자격이 어디 있단 말인가?
서원좌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원래는 정원에서 좀 더 고생을 겪으며 다듬어지길 바랐는데, 생각보다 발전이 아주 크군요. 마침 아주 좋은 자리가 하나 있는데……”
“소인은 오직 서 형을 따라 아침저녁으로 가르침을 받고 싶을 뿐입니다.” 메성공은 그 자리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
서원좌는 가벼이 고개를 저었다. 과연 진중하지 못한 성격은 아직 고치지 못한 모양이었다.
“나는 고작 어린 생원일 뿐인데, 네가 내 곁에 있다면 네 아까운 학식이 썩지 않겠느냐?” 서원좌는 밀고 당기는 처세술에 이미 통달해 있었기에 일부러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메성공은 피가 머리로 확 쏠리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서 형을 뵙고 나서야 비로소 ‘우러러보기에 너무 높다’는 말이 진실임을 깨달았습니다. 다른 것은 바라지 않고 오직 형님을 따르고 싶습니다.” 그는 소년의 입을 통해 정원의 모든 사람이 서원좌를 형님이라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록 강호의 냄새가 짙게 배어 있었지만, 그 속에는 진정한 진심이 담겨 있었다.
서원좌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네가 이처럼 간절히 원하는데, 내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내가 위선적인 사람이 되겠지. 좋다. 앞으로 내 곁에서 문서 일을 맡아보거라. 서로 가르치고 이끌어주며 학업을 탁마하기에 좋을 것이다.”
메성공은 기쁨을 이기지 못해 거듭 절하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원좌 형님!”
“급료에 대해서는……”
“먹여주고 재워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메성공이 말했다.
서원좌는 손을 내저으며 대답했다. “어찌 그리 소홀히 대할 수 있겠느냐! 게다가 메 형도 집에 돌봐야 할 노부모와 어린아이들이 있을 터이니, 앞으로 매달 월급으로 은일 냥을 주겠다. 성과급은 별도로 챙겨줄 테니 그리 알게.”
메성공은 갑작스러운 고액 월급에 입이 떡 벌어져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서원좌는 곁에 있던 나진권에게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가 그동안 급료 체계를 제대로 세우지 못했는데, 이번 달 월급은 이미 나갔으니 그건 그렇다 치고. 다음 달부터는 모두의 보수를 마땅히 올려줘야겠어.”
나진권은 월급 같은 적은 은전에 연연하지는 않았지만,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에 기분 좋게 껄껄 웃었다.
서원좌는 바깥의 소년들도 저마다 기쁜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는 그 효과가 계속 퍼져나가도록 두었다. 그러고 나서 메성공에게 다시 말했다. “내가 지금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인데다, 나 부대리는 아직 이런 일에 익숙하지 않으니 네가 좀 수고로이 움직여 주었으면 한다. 노새를 탈 줄 아는가?”
메성공의 얼굴이 붉어졌다. “노새는 너무 높아서……”
서원좌가 바깥을 향해 소리쳤다. “대유야, 이리 오너라.”
“형님.” 육대유는 손에 든 일을 곧 내려놓고는 빠른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왔다.
“메 선생이 탈 노새 한 마리를 준비해 주어라. 앞으로 그가 전용으로 쓰도록 해라.” 서원좌가 지시했다.
“알겠습니다, 형님.” 지시를 받은 육대유는 즉시 밖으로 나가 노새를 마련할 채비를 했다.
메성공은 머뭇거리며 말했다. “형님, 이…… 어디를 가든 그냥 걸어가면 됩니다만.”
“길이 꽤 멉니다.” 서원좌가 말했다. “첫 번째 임무다. 서책 방에 가서 나를 대신해 《유학초기》의 판각 작업을 감독해 다오. 매일의 진척 상황과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제때 나에게 보고해야 한다.”
메성공은 이 일이 책과 관련되어 있다는 말을 듣자마자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는 계단을 얻은 듯 안심했다. 만약 처음부터 속세의 잡다한 일을 시켰더라면 일에 대한 열정이 금방 식어버렸을 것이다.
서원좌의 오늘 일정은 아주 빽빽했다. 당부의 말을 마친 뒤 나진권으로부터 정원 확장 공사와 관련된 몇 가지 문제를 보고받고 그에 대한 지시를 내렸다. 그러고 나서 치묘에게 노새를 준비시켜 서둘러 현성으로 출발하라고 일렀다.
치묘는 주인은 바뀌었지만 맡은 심부름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노새를 준비했을 뿐만 아니라 노새의 사료까지 완벽하게 챙겨두었다. 다만 그를 놀라게 한 것은 서원좌가 자신에게도 노새 한 마리를 내주어 걸어서 따라가지 않도록 배려해 준 점이었다.
서원좌의 입장에서 이것은 정무의 효율성을 높여 중요한 일을 그르치지 않게 하려는 방책이었다. 하지만 치묘의 눈에는 이 ‘좌 형님’이 전의 ‘춘 형님’보다 아랫사람을 훨씬 더 아끼고 배려하는 인물로 비쳤다.
서원좌는 모든 준비를 깔끔하게 마치고 망설임 없이 현성으로 향했다.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오고 길가의 들판마다 봄갈이가 시작된 것을 보니 서원좌도 길의 지루함을 크게 느끼지 않았다.
정오가 가까워질 무렵, 서원좌는 군성에 도착해 먼저 서부로 들어가 손발을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에야 현아로 향해 사은연에 참석했다.
서원좌가 도착했을 때 현아 문밖에는 이미 많은 생원들이 모여 있었다. 모두 현시를 통과하고 스승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러 온 이들이었다. 그들 중에는 늙은이도 있고 젊은이도 있었다. 젊은이들 중에는 아직 세상물정을 모르는 이부터 의기양양한 자, 고립되고 옹졸한 자가 섞여 있었고, 늙은이들은 제법 속이 깊어 미소는 삼 분만 짓고 말은 한 박자 늦게 하였다.
서원좌는 치묘에게 노새를 잘 지키라고 이르고는 군중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는 본래 지역 문단에 어울려본 적이 없어 당연히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미소를 머금은 채 눈이 마주치는 이에게 가벼운 목례만 건네면 그뿐이었다. 이름을 알리려 애쓰기보다 모든 이와 원만하게 지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남들과 원만히 지내려 했으나, 어떤 이들은 그와 원만히 지키려 하지 않았다.
“듣자 하니 이번 장원은 현존의 제자라 하더군요. 우리야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누군가 불만을 툭 내뱉었다.
서원좌는 마음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내가 뒷문을 통째로 흔들며 이 장원을 차지하지 않았다고 한들, 과연 당신 차례가 돌아오기나 했을까?
곁에 있던 다른 사람이 말을 받았다. “그래도 현존에게 제자가 한 명뿐이라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아예 합격자 명단에도 들지 못할 뻔했소.”
현시의 합격자 방에 붉은 붓으로 가운데에 ‘중(中)’ 자를 쓰고, 장원을 그보다 한 칸 위에 적은 뒤 등수에 따라 두 개의 원을 그려 총 오십 명을 뽑기에 이를 ‘단안(團案)’이라 불렀다. 오십 명의 바깥에 든 이들은 ‘출권’이라 불렀는데, 비록 현시를 통과한 것은 맞으나 부시를 치를 때 다소 위태로웠다.
서원좌는 생각했다. 턱걸이로 겨우 오십 명 안에 낀 찌꺼기 같은 녀석이 남의 뒷담화나 늘어놓고 있단 말인가?
“어른께서 이번에 삼십 명을 더 뽑아주셨으니 우리를 가엾게 여기신 덕분이지, 근거 없는 헛소리는 함부로 하는 게 아니오.” 조금 나이가 들어 보이는 사리가 밝은 이가 이 말을 듣고는 현존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나섰다.
서원좌가 그쪽을 힐끗 보니, 스물두 살 남짓의 청년으로 짙은 일자 수염을 길러 꽤 위엄 있는 인상이었다.
——저 사람은 제법 식견이 있군. 적어도 사리분별은 할 줄 알아.
서원좌는 그 사람의 얼굴을 기억해 두고는 다른 이들을 한번 훑어본 뒤, 조용히 제자리에 서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관아의 대문이 활짝 열리고 안에서 우아한 제례악이 울려퍼졌다. 이문명이 정장을 차려입고 걸어나오더니 단번에 서원좌를 알아보고는 큰소리로 외쳤다. “장원은 앞으로 나오라! 나머지는 순서대로 대열을 갖추라!”
단안에는 수험번호만 적혀 있고 이름은 없었기에 사람들은 군중 속에서 이 장원을 찾아내느라 눈에 불을 켰다.
서원좌는 숨을 가다듬으며 기세를 온전히 끌어올렸다. 발걸음을 채 떼기도 전에 이미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생원 서원좌, 감히 아뢰옵니다.” 서원좌는 큰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외치고는 흔들림 없는 당당한 걸음으로 이문명에게 다가가 가볍게 예를 올렸다.
다른 이들은 두 호흡 정도 멍하니 있다가 그제야 저마다의 등수에 따라 서원좌의 뒤로 길게 줄을 늘어섰다.